간질에 대하여
인간의 뇌에 있는 수억 개의 뇌세포들은 전기적 신호를 보내고 받음으로써 상호 협조적으로 일을 한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뇌가 손상을 받으면 이 부위의 뇌세포가 비정상적인 뇌파(발작파)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고, 이때 표출되는 이상한 감각이나 경련을 간질성 발작이라 부른다. 따라서 발작의 형태는 이러한 발작파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간질성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 간질을 생각할 수 있으나,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와 뇌파 검사 등이 필요하다.
반면 발작파가 동반되지 않는 발작은 간질성 발작이 아니다. 현재 간질로 치료받고 있는 사람 중 약 15% 이상은 다른 질환을 간질로 오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간질이 아닌 경우에도 발작 할 수 있다
간질이란 고열 등의 특별한 유발 인자가 없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작을 하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한번 발작을 하는 경우와 약이나 술에 의하여 유발되는 발작은 간질성 발작과 형태는 같아도 간질은 아니다. 또한 여러 가지 종류의 비간질성 발작이 있는데, 이러한 발작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방전이 동반되지 않는다. 흔한 예로는 가성발작(정신성 발작), 실신, 심장 부정맥, 뇌졸중, 편두통, 혈관이 꼬인 경우, 수면 발작, 저혈당 또는 어떤 약물을 갑자기 끊어서 생기는 금단 증상 및 극도의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도 발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간질 발작 중 과도한 발작파가 뇌의 한 부분에서 국한적으로 발생할 때를 부분 간질, 뇌의 전체에서 발생할 때 전신 간질이라 한다. 간질의 증상은 여러 가지로 표출될 수 있는데, 의식의 혼탁이 없이 간단한 자각 증상이나 국소적인 경련이 있을 때를 단순 부분 발작이라 한다. 이때 환자는 평소와 다른 이상한 느낌이나 증상을 갖게 되는데, 예를 들면 손이나 발 등 신체의 일부분이 움직이거나 경련을 일으키고,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거나 사물이 비뚤어지거나 이상하게 보이는 증상, 구역질이 나거나 위가 거북한 느낌, 공포심, 어지러움, 옛날에 있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거나 보이는 증상 등 천태 만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복합 부분 발작은 복잡한 운동 양상과 의식 장애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발작이 시작되면 환자는 정신이 나간 사람같이 멍하게 있거나 이유없이 뒤척이거나 왔다갔다 하거나 중얼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기도 한다. 입맛을 쩝쩝 다시거나 옷이나 물건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이유없이 반복하는 동작을 ‘자동증(自動症)’이라고 부르는데, 환자들은 이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에 대발작으로 불렸던 전신성 강직-간대성 발작은 전신성 경련 발작으로 두 시기로 나뉘어 진다. 첫째는 강직성 시기로 환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전신이 뻣뻣해 진다. 곧이어 간대성 시기가 오는데, 팔과 다리를 씰룩씰룩거리면서 경축을 한다. 발작이 끝나면 한동안 잠을 자거나 혼수 상태에 빠져 있다가 서서히 의식을 회복한다. 발작 중에 혀를 깨물거나 오줌을 싸는 경우가 많고, 대개 발작 후에 두통이나 온몸에 근육통을 느낀다.
가성 발작은 정신성 발작 또는 가성 간질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젊은 여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이것은 뇌에서 발생하는 발작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관심이나 돌봄에 대한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욕망에 의해 야기된다. 대개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면서 시작하는데, 이때에 체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떨어져 간질 발작과 유사한 증상이 발생한다. 얼굴, 손, 발 등이 뜨끔거리거나 저리고 뻣뻣해지면서 떨기도 한다. 대부분 낮에 사람이 많을 때 주로 발생하며 엉덩이를 들썩이거나 팔다리를 마구 휘젓는 과잉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혀를 깨물거나 오줌을 싸거나 다치는 경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발작시 환자가 조용해지도록 유도하며 숨을 서서히 쉬게하며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압상스 발작, 무긴장성 발작, 근간대성, 영아연축, 광과민성, 잭소니안, 무동성, 자율신경성 발작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뇌에 발작파가 동반되는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고열, 뇌염, 약물 남용 등) 없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 간질로 진단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담당의사가 시작부터 끝까지 발작의 양상, 발작하기 전, 하는 중, 끝난 후 환자의 상태, 발작이 발생했을 때의 주변 환경이나 심신 상태, 태어나기 전부터의 과거력, 약물 복용 여부, 가족의 건강 상태 등 모든 것을 알아야한다.
발작파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파 검사를 하며 미세한 뇌 손상이 있는지 알기 위해 뇌 자기공명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자기공명 영상(MRI)에서 뇌 손상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최신 검사인 페트
(*PET)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간질은 완치가 가능하다. 간질의 치료는 주로 항경련제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발작의 형태에 따라 항경련제의 선택이 달라지고, 적정 용량도 다르다.
대개 한 가지 종류의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며, 필요할 때는 두 가지 또는 세 가지를 병합하여 투여할 수 있다.발작의 형태에 따라 가장 적절한 항경련제의 선택이 중요하며, 두세 가지 약을 병합 투여할 때도 발작의 종류와 간질 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에 의해 발작이 완전히 조절될 경우 이 상태로 2~4년 간 계속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후 약을 서서히 중단하면 약 65~70%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약으로 완전히 조절되지 않거나 장기투약 후 중단시 재발하는 경우는 간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민간 요법이라고 하면서 특수 식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먹고 있는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면 대개 값싼 항경련제가 다량 들어 있다. 이처럼 의학 지식이 없이 일반 식품에 값싼 항경련제를 다량 섞어서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이러한 것에 절대로 현혹되지 말아야 겠다.
어떤 환자는 발작을 조절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 된 상태이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발작의 횟수을 줄여서 일부 환자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다른 방법을 위해 복용해오던 항 경련제를 갑자기 중단해 상태를 악화시키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이외에 바이오피드백, 식이요법,침, 건강 식품 등이 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 된 상태이므로 권장할 사항이 아니다. 건강 식품을 잘못 먹는 경우는 오히려 간질 치료에 나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발작을 하고 있을 때 주위 사람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발작시 구급 방법은 발작의 형태에 따라서 다르다. 전신 강직-간대성 발작으로 가장 극적이고 무서운 형태로 발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무의식 상태이므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대개의 발작은 단지 몇 분 이내에 끝난다. 이러한 경우는 특별한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하면 좋다. ① 일단 발작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이 멈출 수 없다. 발작이 자연적으로 멎을 때까지 가만히 있도록 한다. 인공 호흡 등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복합 부분 발작의 경우는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 역시 주위에 날카롭거나 뜨거운 물체를 치워 다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환자가 움직이면 따라 다니면서 조용히 말을 붙인다. 발작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잠시 쉬도록 해 준다. |
'건강 > 뇌전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의 부작용-데파코트, 카바마제핀 (0) | 2014.06.05 |
---|